With you (당신과 함께)

주일칼럼 - 유진소 담임목사
까미노에서 온 순례자의 편지(2)

지난 주간에 걸었던 순례의 길은 나바라 주의 서쪽 끝을 벗어나서 라 리오하 주를 통과해서 가장 긴 구간인 카스티야 이 레온 주에 들어간 부분이었습니다.

 

첫 주의 피레네 산맥의 지형과는 다르게 작은 산들이 있고, 너무 숨이 막히게 아름답고 기름지고 평온한 들판 사이에 이어진 길들이 구릉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이루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평탄한 길인 이 작은 언덕도 힘들기는 똑같이 힘드니 걷는다는 것 자체가, 산다는 것 자체가,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순례자들이 서로 끼치는 영향력입니다. 여기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자들은 서로 전혀 상관이 없이 그저 자기의 길을 각자 걷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서로에게 너무 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새삼 깨달은 일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백인 여자분이 지나가면서 제 아내에게 너무 아름다운 노래가 좋았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어서 들어보니, 아내가 종종 앞뒤에 사람이 없을 때, 찬양을 하면서 걸었는데, 그것을 캐런이라는 이 미국에서 온 여자 분이 듣고 너무 좋았다는 것입니다.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들으면서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랐던 것은 제 아내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예의상 그렇게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 만큼은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혼자 부른 노래를 주변에서 다 듣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각자 자기 길을 걷는 것 같지만, 서로의 모습이 서로에게 아주 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도 83세의 캐나다에서 온 할머니에게 얼마나 도전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제 아내는 특히 도전을 받는 것 같습니다. 83세도 걷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분을 보면 힘들다는 소리를 못하겠거든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분이 제 아내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한참 뒤에 계실 줄 알았는데 쉬지 않고 걸어서 어느새 옆에 걷고 계신 것을 보면서 저분을 한국 건전지 회사에 광고 모델로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지치지 않는 에너지…)

 

그리고 또한 한쪽 무릎이 많이 아프면서도 계속 걷고 있는 한 백인 노인의 모습에서 이 순례의 길이 삶을 걸고 걸어야 할 정말 진지한 것이라는 확인을 받기도 하고,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온 호주에서 온 젊은 부부는 저희를 비롯해서 지나가는 모든 순례자들에게 가족의 아름다움과 함께 소망을 줍니다. 특히 그 부부가 허리에 차고 끌고 있는 바퀴 달린 작은 카트와 엄마의 그 배낭 위에 때로 올라타고 있는 작은 아들의 모습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그런데 걔는 왜 아빠의 카트가 아닌 엄마의 카트에 탔지?)

 

무엇보다 순례자들은 그 존재 자체가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아무리 힘든 길이어도 나처럼 이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순례자를 보면 그렇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삶, 그것이 아름다운 순례자의 삶인 것입니다. 혼자 걷고 있는 것 같아도 그 모습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도전과 격려, 위로와 감동을 주는 그런 것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아내를 산티아고 순례길의 찬양 사역자로 단독 파송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반드시 단독으로…ㅎㅎㅎ

 

 

순례의 길에서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며, 유진소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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