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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집 예배당

서재에 앉아서 책장을 보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한 책에 시선이 갔습니다. 그것은 ‘약방집 예배당’이라는 소설이었습니다. 김해교회를 세운 배성두 장로를 중심으로 6대에 걸친 배씨 일가의 이야기를 실화 소설 형식으로 쓴 그런 책이었는데, 미국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은혜를 많이 받았던 그런 책이어서 다시 꺼내 들어 훑어보게 되었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출판사도 그렇고 분명 신앙 소설이지만, 그러나 신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신앙 이야기를 그 가운데 담은 것이 오히려 너무 좋아서, 내심 이 소설을 쓴 박경숙 소설가의 탁월한 방향 설정에 감탄했던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1801년부터 오늘날까지, 정말 역사의 험난한 질곡 가운데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이 겪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전해주는 우리 민족의 근대사의 한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 속에는 복음이 한 인생을 어떻게 아름답게 하며, 선교사가 그 민족 가운데 어떤 존재일 수 있는 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소설의 최고의 장면은 바로 나중에 이름을 배성두로 개명한 한의사 배영업이 전염병으로 자녀들을 다 잃고 죽으려고 바닷가에 갔다가 거기서 선교사 알렌을 만나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를 믿게 되고, 그래서 결국 그의 약방집이 예배당이 되는 그런 변화가 시작된 그 첫 장면, 그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새삼 이 부분을 주목한 것은 그 바닷가가 어쩌면 우리 교회가 있는 여기 근처일 것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김해 평야를 엇 빗겨 부산 쪽으로 십리를 걸어야 한다는 그 바닷가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명지가 아니면, 우리 교회 근처 어디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나중에 데이비스 선교사를 만나서 성경을 받았던 곳도 동일한 곳인데, 데이비스가 부산에서 사역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까요.

그렇습니다. 비록 공식적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아도, 바로 여기 이곳 어디에서 선교사님들에 의하여 그렇게 복음이 전해지면서 고통 속에 빠진 인생들이 회복되고, 그러면서 이 민족이 이렇게 아름답게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복음의 빚진 자입니다. 그렇게 받은 복음과 은혜를 이제 또 다른 민족에게 전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 사실을 새삼 약방집 예배당을 다시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2020년 선교 주일에, 유진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