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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유감

그렇게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벌써 거의 다 지고, 눈발처럼 휘날리던 꽃잎들조차 거의 사라졌습니다. 정말 새삼 느끼지만 너무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입니다. 처음에 벚꽃이 피는 시즌이 다가올 때에는 날씨가 3월이면서도 너무 추워서 올해 벚꽃은 제때에 제대로 피겠는가 싶었는데, 어느 한 순간 그야말로 온 천지를 하얗게 장식하듯이 그렇게 저를 놀라게 하더니 설마 이렇게 많은 꽃이 순식간에 사라지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비웃듯이 질 때에는 하루 밤, 한나절에 사라지는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이 벚꽃에 감정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벚꽃 유감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꽃이 벚꽃이어서 그래서 일본 사람들을 향하여 감정을 실어서 말할 때 ‘사쿠라’라고 하는 바로 그런 그 유감이 그대로 이번 봄 벚꽃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저의 신앙이 절대로 이 벚꽃 같아서는 안 되겠다는 그런 굳은 결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벚꽃은 너무 과합니다. 처음 필 때에 보면 그렇고, 또 활짝 피었을 때 보아도 그렇습니다. 너무 과합니다. 너무 급합니다. 너무 지나칩니다. 우리의 신앙은 절대로 이래서는 안 됩니다. 영적으로 은혜 받고 뜨거운 것은 좋지만, 이렇게 갑자기 지나치게 뜨겁고 충만한 것은 결코 건강하지 않습니다. 바울 사도의 경우에도 그랬습니다. 그가 처음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 만나고 그리고 너무 뜨거워서 사도들이 아주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자기 고향 다소에 보내어 거기에서 십여 년을 기다리게 했던 것입니다.

또한 벚꽃은 너무 허무합니다. 그 꽃이 질 때에 너무나 허무합니다. 비가 오고 시간이 되어 질 때가 오면 그야말로 무너지듯이 져 버립니다. 신앙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신앙에도 물론 올라갈 때가 있고 내려갈 때가 있지만, 때로 그렇게 좋았던 신앙이 식어 버려서 거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신앙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신앙은 그런 순간에 정말 얼마나 버티고 견디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무너질 수는 있지만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 오히려 더 깊은 생명력을 체험하는 것이 신앙이고, 그것이 오히려 축복이 되게 하는 것이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무너지고 예상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 더 빠르게 그렇게 포기하고 패배하는 것은 결코 신앙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벚꽃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게 피었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져버린 벚꽃에 대한 섭섭함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니면 목사로서의 직업적인 사고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피었다가 그렇게 져버린 벚꽃을 보면서 저의 신앙을 생각하며 거기에서 영적인 메시지를 얻는 것으로 이 봄의 벚꽃을 마감합니다. 벚꽃 유감!

벚꽃에 유감인 유진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