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추수감사절
오는 주말에 민속 최대 명절인 추석이 있습니다. 요일도 잘 맞추어서 10월 3일 개천절까지 거의 일주일을 추석 연휴로 황금 휴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추석을 맞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한국의 추석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라는 그런 생각입니다. 날짜는 다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 똑같습니다. 이렇게 다가오는 그 날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설레는 것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동일한 것은 바로 가족의 행복입니다.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좋은 시간을 가지면서 누리는 행복, 그것 말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만나서 교제했던 목사님 가운데, 저보다 나이가 위이신 1.5세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저에게 들려준 이야기 가운데, 자기가 결혼하고 첫 번째 맞았던 추수감사절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중학교 때 미국에 혼자 와서 미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해마다 추수감사절만 되면, 그 미국 가정의 가족들이 다 모이고 그러면서 함께 지내는 그것이 너무 좋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외로운 자기에게는 그 행복이 너무나 큰 갈망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그 행복의 분위기가 추수감사절이 되면 그 전날부터 굽기 시작하는 칠면조 굽는 냄새와 함께 아주 강렬한 느낌으로 자신에게 자리 잡아서 자기도 결혼해서 가족이 생기면, 바로 그런 추수감사절의 행복을 누리겠다는 소망을 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첫 번째 맞는 추수감사절에, 당연히 그 전날부터 칠면조 굽는 냄새가 집에 가득해야 하는데, 아내는 아무것도 요리를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 행복한 냄새가 당일 아침이 되어도 소식이 없자, 이 목사님이 화가 나서 괜히 아내에게 심술을 부리다가, 솔직하게 추수감사절인데 왜 칠면조를 굽지 않냐고 이야기하니까, 아내의 말이 우리 두 사람밖에 없는데, 그 큰 칠면조를 구웠다가 누가 다 먹냐고, 그래서 오늘 추수감사절 디너를 먹기 전에 닭 한 마리를 구우려고 했다고 그러더라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꿩 대신 닭이 아니라, 칠면조 대신에 닭이었던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정말 많이 섭섭했다고… 결혼해서 꼭 누리고 싶던 추수감사절의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고… 그래서 그 다음 해부터는 버려도 좋으니까 칠면조를 구우라고, 그래서 그 냄새를 온 집안에 가득하게 하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추석에는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먹는 식사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거의 모두가 송편을 사서 먹지만, 할 수만 있으면 전날부터 모여 온 가족이 함께 송편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쪄서 그 송편 찌는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쪄서 나온 송편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자기가 만든 것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시편 128편에 나오는 그대로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에게 주시는 그 축복, ‘네 식탁에 둘러앉은 자식들은 어린 감람나무 같으리로다.’ 바로 그것을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추수감사절, 추석에는 말입니다.
추석을 맞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면서, 유진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