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평안으로 문안을 드립니다.
아주 오랜만에 소식을 드립니다. 작년 여름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은혜였고, 감사의 제목들이 되었습니다. 여러 상황을 만날 때면 변함없이 저희를 붙들고 계시는 아버지의 손길과 후방에서 마음을 모아주시는 여러분이 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 드론으로 낮아진 마음
지난 성탄을 맞이하여 한글 학교 학생들과 교제해 왔던 영혼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위해 중보 하면서 이날 만을 기다렸는데 하루 전 토요일 아침에 드론이 카잔 시내의 건물 몇 곳을 공격했습니다. 저희 집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고층 건물에 2대의 드론 공격으로 건물들이 폭발했고, 집에 홀로 있던 막내가 그 폭발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다들 놀랐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일로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고 도시는 일시적으로 멈춤이 되었습니다. 전쟁 지역으로부터 1000킬로 떨어진 도시이고 평온한 일상을 보내며 연말로 들뜬 분위기였기에 사람들은 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는 다음날 계획되어 있는 성탄 초청 모임에, 상황은 좋지 않고 혹여나 초대 받은 사람들이 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모여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성탄을 기념하기로 결정하여 초대할 지인들에게 다시 안내 문자를 전송했습니다.
성탄 모임이 시작되자 놀랍게도 초대 받은 사람들이 거의 다 왔습니다. 히잡(머리카락과 목이 드러나지 않도록 두르는 수건)을 쓰고 온 무슬림 여학생 부터 무슬림 부모와 함께 온 한글 학교 학생, 믿음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에 대한 존경으로 저희의 초대에 매번 참석하는 러시아 학생들, 더불어 장기 결석자였던 자매와 그 자녀들까지 등등 기대하지 않았던 발걸음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드론 공격에 사람들의 마음이 낮아지고 열려진 것 같았습니다. 성탄의 소식을 들은 발걸음들이 하늘 아버지께로 계속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짐을 나눠서 지는 동역자들
이번 수련회와 성탄모임을 준비하면서 저희에게 짐을 나눠서 지는 귀한 동역자가 있음이 참 위로가 되고 감사했습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장식부터 식사 준비 등 모든 것을 저희가 준비했었다고 생각했는데 17년 세월을 돌아보니 은사를 따라 몸 된 생명수 공동체와 함께 세워간 지체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은혜이고 열매였습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17년 동안 릴레이를 하듯이 귀한 동역자님이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해왔으나 저희가 알지 못하는 동역자님께 감사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쉽지 않은 형편에서도 손을 내밀어 주시는 동역자님이 적지 않습니다. 먼 한국에서 이 땅을 위해 함께 하는 교회들과 개인 동역자님들을 하나님께 올려드립니다.
★ 우리 가족 이야기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방학 동안 계절학기도 듣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또 국내선교여행과 수련회 등으로 유익하게 지냅니다. 카잔에서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 막내 예헌이는 올해 6월 고등학교 졸업과 대입지원 준비로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가장 합당한 곳으로 열어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희가 있는 지역은 타타르 민족이 많은 곳이라 러시아어로도 충분하지만 이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면 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타타르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이곳의 긴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을 합니다.
정마리아 선교사는 구순이신 친정 어머님께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묻습니다. 어머님은 편찮으신 가운데서도 매일 자녀들을 위해 1시간씩 기도하십니다.
올해는 좀 더 자주 현장의 소식을 나누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선교보안이 강화되어 사진을 첨부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도제목〉
- 말씀 중심이 되고 사랑으로 서로를 섬기는 소그룹 모임이 되게 하소서.
- 고국의, 구순 어머님의 남은 삶이 감사로 풍성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