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설 명절 휴일에 ‘건국전쟁’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관심이 있기에 벌써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되고, 상영관을 찾지를 못해서 보지 못하다가 드디어 보게 된 것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여러 가지 책들과 글들을 통해서 나름 잘 알고 있었고, 그동안 그분에 대한 평가가 많이 왜곡되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영화가 새로울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니까 새롭게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목사인 제 입장에서는 그분의 신앙에 대한 그런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분명 공과가 있는 분입니다. 독재까지는 아니지만, 11년의 장기 집권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변칙적인 3선 개헌과 3.15 부정선거를 했던 분인 것은 분명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그런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분이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수고하고 애쓴 그런 것들과 대한민국의 초대 건국 대통령이라는 사실까지 폄훼되거나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바로 그 부분을 다시 생각할 때, 저는 그분이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일에 있어서 하나님이 쓰신 도구였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하나님이 그렇게 쓰시려고 ‘하이브리드’로 준비시키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선의 유학자이면서, 미국에서 공부를 해서 프린스턴에서 박사 학위까지 하게 한 그런 하이브리드입니다. 그것도 그의 박사 과정의 지도 교수이면서 총장이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된, 민족 자결주의를 천명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결코 우연일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였던 것이지요.
독립운동 과정에서만이 아니라 해방 후에 미국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했는데, 그것을 연결할 수 있었던 준비된 하이브리드 리더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이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의 다큐를 보면서, 제가 마음으로 더 주목했던 하이브리드는 바로 신앙과 세상 정치라는 두 영역을 아우른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제헌 국회를 시작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시작한 것만이 아닙니다. 여성의 참정권부터 농지개혁, 그리고 반공과 자유민주주의 모든 것까지 이승만 대통령의 신앙인으로서의 그 가치관과 세계관은 그대로 대한민국 정치의 곳곳에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신앙적인 하이브리드의 최고 절정은 4.19 혁명 이후에 일주일 만에 깨끗하게 하야를 발표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습니다. 권력을 잡은 자가 그렇게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이 권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주신 것이라고 믿는 청지기 정신을 자각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부마 사태나 광주 항쟁의 경우와 비교해 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결단이었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의 이야기인 ‘건국전쟁’을 보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이 시대 속에서 신앙과 현실 세계의 하이브리드 일꾼으로서의 저의 사명을 다시 생각하고 결단했습니다.
신앙의 하이브리드 일꾼으로서 자신을 자각하면서, 유진소 목사